오늘 이마트에 카레 재료 사러갔다가 35만원을 긁고 왔는데(하아...) 그 중엔 와인 두 병도 포함. 마트가면 소고기 코너랑 와인 코너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건 이제 일상이 되어버림... 오늘은 한우나 호주산이나 소고기 상태가 영 별로인 관계로 패스하고.. 요즘 손연재양이 열심히 광고중인 커블이랑 (평생 바른 자세 만들어요~ 커블!) 기타 등등. 그 두 병의 와인중 하나. 오늘은 워싱턴 와인이 눈에 들어오길래 하나 집어옴. 뭐 엄청 고가의 와인은 아니야. 근데 이거 되게 괜찮아. 바로 콜롬비아 크레스트다. Columbia Crest Grand Estates Red Blend 2015 빈티지다.
라벨에서 알 수 있듯 블렌딩 와인이며 무려 5가지 품종의 포도를 마구마구 섞어서 만든 가성비 좋고 맛난 와인이다. 주된 품종은 메를로인데 이게 한 55%들어있고 까베네프랑이 24%, 쁘띠베르도 14%, 그외 쁘띠시라나 진판델로 7%정도 채우고 있는 와인이다. 근데 미국 와인하면 대부분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 쪽 와인들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웬 워싱턴?? 거긴 그냥 백악관 있는데 아님??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여기도 드넓은 협곡이 있고 엄청난 떼루아를 자랑하는 밸리들이 많다. 워싱턴이 그래도 주(state)인데 그정도 없겠어.... 넓은 미국 땅에.
사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말고도 버지니아주, 오리건주, 워싱턴주, 그리고 정말 의외로 뉴욕에도 와이너리가 있다는 사실. (참고로 버지니아주에는 '트럼프 와이너리'가 있다. 당연히 우리가 아는 그 트럼프가 소유한 와이너리. 그닥.. 사고 싶지는 않네 기분이). 암튼! 워싱턴 와이너리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썰좀 풀어봄.
워싱턴 와인에 대해
미국 와인 역사에서 워싱턴주는 "New Kids on the block"이다.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이 와인 생산지는 최근 15년새 엄청나게 발전해서 미국내에서 현재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생산 규모를 자랑하고, 세 번째는 오리건주라고 한다. 1860년대에 이탈리아, 독일 이민자들이 워싱턴주에 처음 와인을 들여온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주의 가장큰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s)인 콜롬비아밸리는 10,000년전 대홍수(Missoula Flood)로 깎여진 지형이고 소위 말하는 떼루아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뒤쳐지지 않을 정도라고.. 는 하나 어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미국 서부가 모든 토양이나 기후 조건이 더 낫다고 보는 사람도 있음.
워싱턴은 리슬링같은 화이트 와인 생산으로 명성을 쌓았으나 트렌드가 변화하게 되고 현재 생산량의 절반은 레드 와인이다. 90년대 후반 이래로 워싱턴의 와인 생산자들은 레드 와인의 종류를 엄청나게 다변화 했다. 까쇼(Cabernet Savignon), 메를로(Merlot), 까프(Cabernet Franc), 말벡(Malbec)같은 클래식한 보르도 스타일 부터, 론지역의 시라(Syrah), 그르나슈(Grenache), 무르베드르(Mourvèdre) 같은 스타일까지. 이탈리아 중서부 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는 산지오베제(Sangiovese)나 북부의 네비올로(Nebbiolo), 바르베라(Barbera) 같은 품종들도 중요하게 여겨져 많이 재배되는 편이다.
이런 점들이 와인 구매자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까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나 피노누아를 내세운 오리건과 달리, 워싱턴은 와인을 만들 때 각기 아주 다양한 스탈일들을 추구한다. 이곳의 와이너리들은 특정 스타일의 와인을 전문으로 다루기도 하는데 예를들어 누구는 프랑스 론지방 스타일의 블렌드 와인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곳들도 있다. 아무튼.. 와린이들에겐 생소할 수 있으나 워싱턴주의 와이너리들은 월드클래스 와인들을 제작한다. 사실 워싱턴주의 와이너리들이 유명세를 크게 떨친건 퀼세다 크릭(Quilceda Creek)의 출현 덕분이라고 해도 됨. 2011년 당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에서는 2005년 빈티지 퀼세다 크릭을 서빙하여 아주 극진히 대접했었음. (나도 맛좀 보자.. 퀼세다 크릭..)
와인 리뷰
종류 : 레드와인
알콜 : 13.5%
산지 : 미국 (Washington, Columbia Valley), 와이너리 이름은 Columbia Crest
품종 : 메를로 55%, 까베네프랑 24%, 쁘띠베르도 14%, 쁘띠시라, 진판델 7%
당도 : ■□□□□
산도 : ■■■■□
바디 : ■■■□□
타닌 : ■■■■□
가격 : 19,000~25,000원
콜롬비아 크레스트의 첫 느낌. 블랙의 향기와 맛. 마셔보면 이해가 될 듯하다. 색상부터 살짝 다크한데 잔을 들어 공기와 한 번 접촉 시킨 후 코를 갖다 대면 역시나 레드 와인답게 다채로운 베리향이 나게 된다. 근데 이거 뭐지? 하고 마셔보면 블루베리나 일반적인 스트로베리는 아니고 블랙베리다! 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휴대폰 회사 생각도 잠깐 나면서..) 자두 맛도 살짝 나고 이런걸 영어권 사람들은 Dark Fruit 이라고 테이스팅 노트에 적더라.
첫 맛이 달지는 않다. 타닌감도 적당하며 가격대가 저렴한 편인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기분좋은 피니쉬는 꽤 오래 가는 편. 두 번째 마실 때 신중히 다시 향을 맡아보니 오크통 향기도 살짝 나는 것 같다. 산도는 꽤 높은 편이나 새콤달콤한 그런 느낌은 아니다. 근데 내가 이 와인이 좋다고 느낀 건 5가지 포도 품종을 블렌딩 했고 풍미가 복잡 미묘한건 아니지만 그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는 것. 단일 품종의 고집스러운 그런 맛도 아니고 참 잘 섞었구나! 은근 감칠맛도 느껴지면서 데일리 와인으로 아주 좋을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이 정도 와인은 브리딩 같은거 안해도 되는 뽕따 와인이니 바로 마셔주자.
같이 마신 와린이에게 어떠냐 물어보니 진한 맛 카멜로드라고 표현하더라. 와린이가 참 잘도 표현했다.
Anyway, 프랑스의 고집스럽고 깐깐한 와인이 아닌 자유분방한 미국 와인, 그 중에서도 더더욱 다양성을 추구해온 워싱턴 출신 와인. 콜롬비아 크레스트 그랜드 에스테이트 레드 블렌드 2015 리뷰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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