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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와린이 추천 와인

나파밸리의 달콤한 맛 - 슬롭 오브 나파 까베르네 소비뇽 (Slope of Napa)

by 워윅 2021. 1. 31.

코로나 블루가 나에게도 스멀스멀 오려 할 때 쯤, 콧바람의 쐬러 양평으로 향했다. 양평이라는 도시는 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곳같다. 뒤로는 용문산이 있고 앞으로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 먹거리도 볼거리도 풍부한 양평. (양평 홍보대사 아님...) 여기에 어떤 와인을 들고 갈까 고민하다가 왠지 모르게 미국 와인이 끌리더라.

 

미국 캘리포니아가 세계 No.1 와인 산지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와인을 조금만 접해도 다 아는 사실. 지금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90%가 캘리포니아주라는 사실! 캘리포니아주의 와인 생산지 중에서는 나파와 소노마가 가장 유명하다. 그 중에서 오늘의 주인공은? 말만 들어도 당장 미국여행 가고싶게 만드는 이름. 바로 나파밸리(Napa Valley). 오늘 포스팅은 나파밸리 와인임을 라벨에서부터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슬롭 오브 나파 (Slope of Napa). 나파밸리의 경사.. 오르막 내리막 라이의 포도밭을 연상케하는 이름이다.

 

올드월드와 뉴월드

먼저 우리는 와인의 Old World와 New World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전통적인 와인 생산국으로 규제 투성이인 Old World라면 미국, 칠레, 호주 등 신흥 와인 생산국을 New World라고 분류한다. Old World에서는 해당 토지의 떼루아를 살려 산지마다의 개성이 독특한 제품을 만들게 되는데, 프랑스의 AOC처럼 와인 산지마다의 규정이 굉장히 까다롭고 포도 수확량, 품종, 숙성하는 기간 등 엄격한 규정을 모두 통과해야 그 산지의 이름을 적을 수 있다. 여기서는 재배에서도 많은 규제가 있는데 그 이유는 인공적인 어떤 그런 작업들이 와인의 특색을 잃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연 그대로의 작품을 유지하는 것이 Old World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반면, New World에서는 토지의 특성이나 포도의 개성을 중시하는 까다로운 법이 없다. 그리고 이 지역들은 와인의 역사도 짧아서 그런지 자유로운 발상으로 와인을 양조하여 시대가 원하는 트렌드에 따라서 와인을 만드는게 어떻게 보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Old World에서 허용하지 않는 블렌딩이 이곳들에 많은 이유다. 이런 New World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곳이 미국이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프랑스나 이탈리아, 칠레 정도만 떠오를지 모르나 최근 와인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짧은 기간동안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낸 곳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경제 대국다운 면모를 보여주는데 미국 와인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비가 오지 않으면 내리게 한다" 라는 말이다. 프랑스나 대부분의 유럽 와이너리들에서는 관개(밭에 물을 대는 것)를 금지한다. 인공적인 수분 공급은 토지의 개성을 잃게 한다는 이유에서 그런것인데 내 생각에 이건 약간 걔네들만의 곤조같음. 이에 반해 New World에서는 물을 주는 기간도 방법도 제한이 없다. 미국은 깐깐한 규제 따위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의 품질을 위해서라면 가장 적기에 적절한 양의 물을 포도에 주는데, 참 미국다운 발상인 듯 하다. 

이 펜션 뷰가 죽이더라...Slope of Napa 2018 빈티지와 양평의 어느 동네

 

2차 세계 대전으로 엄청나게 경제 수준이 윤택해진 미국에서는 중산층 가정의 식탁에도 와인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대단한 와인 애호가 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시대의 첨단을 누리는 문화인의 상징이 와인이 된 것도 이 아재 덕분이다. 게다가 미국 인텔리층들 사이에서는 은연중에 유럽을 모방하고 싶어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와인이라는 사실. 캘리포니아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의 출현은 캘리포니아 와인을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없었으면 현재 캘리포니아 와인의 지위도 없었을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것이 또 있다. 아 오늘 잡썰이 기네...

바로 1976년 5월 24일 열린 와인 시음회. "파리의 심판". 아마 프랑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 사건이 지금까지도 매우 치욕스러운 이불킥 사건일 것이다. 거의 뭐 박제되다시피 했지. 이것이 무엇이냐. 프랑스를 비롯한 전통적인 와인 생산국가(Old World)에서는 어디 뭐 듣도 보도 못한 미국 와인에 대해 말그대로 듣보잡 취급하기 일쑤였다. 자신들의 발끝에 묻은 때만큼도 인정을 하지 않던 어느날, 프랑스의 한 와인 관계자가 나파밸리에서 가져온 와인 한 병때문에 캘리포니아 와인의 평가가 한 순간에 뒤바뀌게 되는데... 

 

이 사람은 나파밸리를 우연히 접한 뒤로, 어? 생각보다 존맛탱?!?! 이라는 생각에 블라인드 테스팅 개최를 생각해 낸 것이다. 이는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자리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프랑스 5대 샤또부터 해서 쟁쟁한 와인들이 출품되었고 레드와 화이트 주요 와이너리들이 참가를 하게 되는데, 결과는... 미국의 압승. 프랑스는 여기서 탈탈탈 털리게 되는데 레드와인에서는 1위, 5위, 7,위, 8위, 9위, 10위가 캘리포니아 와인. 화이트와인에서는 1위, 3위, 4위, 6위, 9위, 10위가 캘리포니아 와인이었다. 레드 화이트 둘다 1위를 미국 캘리포니아가 차지했으며 10위 순위권 내 와인 개수로도 프랑스는 발리게 됨. 진짜 이게 무슨 개망신인지... 이 파리의 심판에 대해서는 별도 포스팅으로 다루기로 하자. 오늘의 주인공은 "슬롭 오브 나파(Slope of Napa)"인데 너무 썰이 길어졌다.

 

와인 리뷰

종류 : 레드와인

알콜 : 14.5%

산지 : 미국 (California, Napa County)

품종 :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쁘띠베르도

당도 : 

산도 : 

바디 : 

타닌 : 

가격 : 28,000~35,000원

 

펜션 놀러가서 와인 한 잔은 진리

강렬한 루비색이 밤하늘 빛깔과 잘 어울린다. 잔을 공기와 접촉시킨 후 향을 맡아보았다. 향이 살짝 Sweet한 듯? 블랙베리, 크랜베리의 딸기향이 난다. 어? 이거 기분 좋은데? 살짝 맛을 보자. 와... 이 혀 끝에서 느껴지는 이 달달함은 무엇인가... 내가 유독 싫어하는 Villa M의 그런 과한 달달함은 아니면서도 14.5%의 알콜 바디감이 주는 묵직함과 섞이면서, 건배한 상대방과 아이컨택이 절로 나오는 맛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달달함에 놀랄 무렵, 혀 안쪽과 입천정에서는 까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라즈베리, 석류의 맛이 느껴진다. 어떤 테이스팅 노트에는 오크향도 살짝 난다고 하는데, 뭐 그건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끝 맛은 확실히 알콜 도수 때문이지 타닌향이 주는 긴 피니쉬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와인은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게, 무조건 드라이한 와인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첫 맛의 달달함 때문에 불호가 있을 수 있다. 나도 사실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와인이 특이한게 나같은 사람들도 아주 만족스럽게 음미할 수 있는 당도를 지녔고 그 당도가 지나치지 않다는 점이다. 양평 펜션의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과 찬 공기를 느끼며 곁들인 음식은 스테이크. 뭐.. 레드와인과 스테이크는 진리 아니던가. 오늘의 주인공은 엘본 스테이크(채끝살).

 

위에 올라있는 누런 물체는 버터다. 소고기의 풍미를 살려준다.

도란도란 콧바람 쐬러와서 눈썰매장 갔던 이야기, 앞으로 우리들이 나아갈 인생의 방향 등을 이야기 하며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시다보니 어느새 한 병이 다 비워간다. 1시간 정도 영하 날씨에 밖에서 와인을 마시다보니 서늘하게 마셔야 할 와인이 아주 차가워졌다. 

 

 
먹어본 사람만 아는 이 맛. 화로에 구워 먹는 에이스 :)

 

슬롭 오브 나파(Slope of Napa)의 리뷰를 마치며..

와인이란게 참.. 대단하다고 느끼는게 그 깊은 풍미와 재밌는 맛의 변화는 둘째로 치더라도, 이 술이 주는 진정성과 따뜻함은 소주나 맥주에서 주는 진정성과는 또 다른 매력인 듯 하다. 과하게 취하지 않고, 과하게 먹어서도 안되는 술이 와인이다. 와인은 과유불급의 미덕이 있는 술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 아... 한 살 더 먹으니 이런 아재스러운 멘트를... 내가 하고 있구나. Anyway, 이번 양평 여행과 함께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훌륭한 와인. 드라이하고 바디감이 꽤나 세지만 첫 맛은 달달한 반전이 있는 와인. 라벨도 개인적으로 매우 예쁘다고 생각함. 이 포스팅을 본 사람이라면 이마트에 가서 한 병 사서 Try해보시길 추천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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