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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와린이 추천 와인

새마을 구판장 와인 추천, 투핸즈 엔젤스 쉐어 쉬라즈

by 워윅 2021. 1. 10.

이번에도 지난 포스팅에 이어 자양동 전통시장 내에 있는 새마을 구판장에서 산 와인 리뷰를 해보도록 함.

 

와린이들이 볼 때 오세아니아 제도권에 있는 와인이 낯설 수 있으나 와인 경험치가 조금만 생겨도 금방 호주/뉴질랜드 와인을 접하게 된다. 세상은 변하고 와인의 종류도 점점 늘어 가면서 전통의 강자인 프랑스, 이탈리아 이외 새로운 곳들이 신흥 와인 강국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 중 가장 눈여겨 볼 만한 곳이 호주다. 호주는 뉴질랜드와 같이 영국으로부터 포도를 들여온 나라고, 2차대전 이후 유럽의 이민자들이 증가하게 되면서 19세기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와인 양조가 시작된다. 얘네들 은근히 와인 강국임. 와알못도 은근 편의점에서 항상 호주 와인을 접하게된다. 들어봤겠지 다들? 와인계의 유니클로.. 옐로우테일(Yellow tail). 이거 이탈리아 와인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 그거 아니고 호주 와인임.

 

서론이 겁나 기네. 

그래서, 구판장에서 내가 픽해온 와인은 바로!

Two Hands - Angels' share Shiraz 2019

투핸즈 엔젤스 쉐어 쉬라즈(Two Hands Angels' Share Shiraz) 2019 빈티지다. Shiraz와 Syrah는 동의어이므로 어디가서 이상한 소리하다가 망신당하지 말자. 이 쉬라즈는 호주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으로 여기서만 나는건 아니고 프랑스 론 지역에서도 쉬라즈를 많이 재배한다. 하지만 호주 와인 90%는 쉬라즈를 사용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걸 많이 이용하는걸 보면 호주의 떼루아가 쉬라즈 재배에 적합한 곳이긴 한가 봄. 이 와인은 정말 인기도 많고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무조건 거쳐가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게 약간...-_- 와린이까지는 아니고 그보다 살짝 상위 티어? 롤로 치면 실버~골드정도 티어 사람들이 밑에 티어와 다르다는걸 뽐내고 싶을 때 자주 등장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무슨 와인 좋아하세요? 라고 했을 때 해당 티어에서 허세를 살짝 가미 하고픈 사람이라면, 이왕이면 폼나게 말해보자. 
"투핸즈 좋아하는데 엔젤스 쉐어보단 가든 시리즈가 저는 더 맛있어요. 보통 벨라스가든 찾는데 저는 사만다의 가든이 좋더라구요"
라고 한다면 약간 좀 있어(?) 보일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 (참 좋은거 가르쳐준다...) 젤스 쉐어보다 가든시리즈가 더 비싼 와인이며 거의 1.5~2배 가까이 비싸다. 마셔보면 확실히 풍미가 더 좋긴 하다. 사실 새마을 구판장에 진열된 가든시리즈 중에서 사만다의 가든을 보고 그걸 살까 엔젤스 쉐어를 살까 고민하다가 호주 와인 처음 포스팅하기엔 엔젤스가 더 낫다고 판단했음. 비싸서 이거 산 거 아님. 진짜 아님.  

아래 사만다의 가든은 추후 꼭 다시 포스팅 하겠음. 아쉬우니 가서 찍은 사진 하나 투척함.

투핸즈 가든 시리즈중 가장 맛나다고 생각하는 사만다의 가든

그럼 이제 와인 리뷰 전에 투핸즈라는 이름부터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썰을 좀 풀어보겠음. 

 

투핸즈(TWO HANDS)의 탄생

투핸즈는 이제 호주 쉬라즈 프리미엄 시장의 대표격이 되었다. 쉬라즈 품종 최고중의 최고를 굳이 뽑으라면 파커포인트 100점을 받은 펜폴즈(Penfolds)의 그랑주(Grange)를 말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투핸즈 역시 짧은 기간동안 최고의 평가를 받아오며 급성장한 와이너리다.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두 사람이 만나 손잡고 만든 와인이 맞다. 병 윗부분을 보면 두 개의 손이 귀엽게 찍혀있는 걸 확인해보자.

귀염뽀짝한 투핸즈의 병뚜껑

그럼 이 둘은 누구냐. 마이클형(Michael Twelftree)과 리처드형(Richard Mintz)이다. 마이클형은 건축업 종사자였다가 와인 수출에 관심이 생겨 회사를 차린 뒤 무역에 힘쓰고 있던 와중, 오크통 제조 회사를 경영하던 회계사 출신의 리처드형을 만나게 된다. 건축가와 회계사의 운명적 만남. 원래 와인과 골프 좋아하면 밤새도록 수다를 떨어도 모자라지 않은가. 둘이 와인 얘기하다가 아삼륙이 되고 어느날 취미로 리처드 회사의 오크통을 이용해 자기들끼리 와인을 한 번 만들었는데 이게 겁나 맛있네?? 자기들이 생각해도 맛있었는지 이걸 계속 만들게 되고 동네에 소량 팔기도 했나봄. 이게 지금으로 치면 인스타 해쉬태그를 통해 소문이 퍼진거지... 우리도 왜 그런거 있지않은가. 누가 음식 맛있게 하면 팔아도 되겠다고 하듯, 이들이라고 다를 바 없었던 것.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아니겠는가. 인생 한 방. 급기야 1999년, 둘은 투핸즈 와이너리를 설립하게 되었다는 썰. 근데 단순 썰이라기엔 업계엔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다 -_-.

어쨌든, 설립한지 5년만에 이들은 그 유명한 로버트파커 옹에게 "남반구 최고의 와이너리" 라는 찬사를 듣게 되고 이 말은 전세계 삽시간에 퍼져 투핸즈의 연관 검색어마냥 따라다니게 된다. (결론은 쿵짝이 맞는 두 남자가 만나서 엄청 성공했다는 이야기)

 

엔젤스 쉐어 (Angels' Share)

이름이 참 예쁘다. 천사의 몫이라니. 어머... 어쩜... (아 내가 요즘 왜이럴까)

이 말은 위스키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말이다. 위스키든 와인이든 보통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키게 되는데 통에 넣어놓고 1년이 지나서 와보고, 2년이 지나서 와보면 양이 조금씩 줄어들어 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다. 누가 몰래 퍼먹었나? 라고 오해할 만큼 양은 계속 줄어들게 된다. 해마다 2~3%씩 없어진다고 함. 하지만 이건 누가 훔쳐 먹은게 아니라 일부는 증발하고 일부는 오크통에 스며들게 되는 부분이다. 이걸 천사의 몫이라고 누가 처음 말했는지 몰라도 그 사람 마음은 정말 티없이 맑을것만 같다. 암튼, 이렇게 없어지게 되는 양은 숙성 기간이 길수록 많아질 것이고 같은 오크통에 100을 담았을 때 17년산보다 30년산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며 이러한 점은 가격에 반영 될 수밖에 없다.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풍미도 달라지겠지만 일단 양이 완전 달라지기 때문에 30년산 위스키가 17년산보다 비싼 것이다. 투핸즈 엔젤스 쉐어도 이러한 특성을 염두에 두고 네이밍 한 것으로 개인적으로 정말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함.

 

와인 리뷰

종류 : 레드와인

알콜 : 14.2%

산지 : 호주 (McLaren Vale)

품종 : 쉬라즈 100%

당도 : 

산도 : 

바디 :

타닌 :

가격 : 40,000~50,000원

 

먼저 병마개부터 이야기하자. 이 와인은 스크류캡 타입. 즉 돌려따는 타입인데 스크류캡을 처음 도입한 나라가 호주라는거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웃나라 뉴질랜드는 대부분의 와인이 스크류캡 타입이다. 그리고 스크류캡은 코르크에 비해 무조건 맛이 떨어지고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업계에서도 간혹 코르크파와 스크류파가 논쟁을 벌이는데 숙성의 차이 문제로 보통 싸우곤 한다. 근데 사실 스크류캡에서도 미세하게 공기가 통하면서 서서히 숙성이 진행되며 아주 장기 숙성이 아닌 이상 문제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 코르크의 약점은 코르크에 붙은 박테리아에 의한 산화(이걸 부쇼네 라고 한다) 현상이다. 실제로 집에 오랜 시간 방치된 와인을 나중에 마시려 열어보면 산화되어 이상한 향이 날 때가 있는것이 그것이다. 단, 고가의 와인들은 코르크도 엄청 비싼걸 쓰므로 부쇼네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함.

 

이제 본격적으로 향과 맛을 알아보자. 일단 향기는 체리향이 묵직하며 후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페퍼민트 향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함. 맛을 보자. 이 와인의 특징은 산미와 바닐라향에 있다고 생각함. (검은 과실향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는데 검은 과실향이 대체 뭔데?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첫 맛이 "어? 이거 대박인데?" 싶을거다. 굉장히 산뜻한 느낌이 나는데 이 와인의 산도가 높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 산미가 혓바닥 좌우 측면을 훑고 지나가고 뒤이어는 특이하게 바닐라향이 살짝 나는 것 같다.

다소 짙은 색상의 와인이다

투핸즈 엔젤스쉐어의 또 한 가지 특징. 유명 와인 사이트에서 이 와인의 스펙을 보면 타닌감이 꽤 있는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세게 느껴지지 않으며 부드럽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도수가 약한 편은 아님에도 왜이렇게 부드럽게 넘어가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다 마시고 입 천정에 남아있는 소프트한 감촉과 여운은 길게 가는 편이며 싸구려 알콜 향은 전혀 나지 않는다.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뭐 특별할 건 없고 다른 레드와인과 비슷하다. 난 이녀석과 호주산 와규를 또 먹었다. (맨날 소고기에 와인 쳐먹고 언제 돈 모을래)

 

트라이팁은 삼각살이라 보면 됨. 엉덩이쪽 살중 가장 맛있는 부위.

호주산 와인에 호주산 와규를 먹은 날이네. 호주 영화배우나오는 영화까지 봤으면 삼위일체 였겠구만.

 

결론.

투핸즈 엔젤스 쉐어 쉬라즈는 호주 와인이다.

와인병 예쁘고 병 따기도 쉽다. (스크류캡 타입)

가격대 5만원대 언더로 사길 바라며 도수가 14.2도로 다소 높아 은근 취할 수 있음.

산미와 바닐라향이 독특한 감칠맛 나는 호주 와인.

와린이에서 한단계 티어 업 할때 반드시 거쳐가야 할 와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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