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와인을 시가보다 저렴하게 사고싶은 사람들의 성지, 자양동에 위치한 새마을 구판장에 아침 일찍 가서 와인을 몇 병 구매해왔다. 여긴 늦게가면 도떼기 시장마냥 붐벼서 좀 그래.. 오픈 시간에 맞추어 일찍 가는걸 추천함. 오픈 시간은 09:00 - 23:30 이라고 되어있는데 요즘 코로나라 조금 일찍 열고 21:00까지 하는듯 하다.
참고로 여기 갈 땐 '비플제로페이' 어플 깔고 온누리상품권 구매해서 결제 하는게 좋음. 자양동 새마을 구판장이 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가게라서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고, 상품권을 구매할 때 1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음. 여기에 구판장 자체의 가격도 저렴하고 이벤트도 종종 해서 이중으로 DC받을 수 있는 셈. 이마트보다 대부분 더 저렴하다고 보면 되고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와인들이 꽤 있다.
오늘도 내돈 내산 와인 리뷰. 와린이들을 위한 와인 추천 시리즈를 4편 하다보니 너무 포스팅이 와인 입문 위주로 가는것 같아서 이번엔 더 입문자스러운 와인 하나를 픽했다. (평소 쳐다 보기도 힘든 와인 포스팅하는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
근데 사실, 이 와인은 꼭 그렇지도 않다. 이전에 포스팅한 몬테스알파, 카멜로드같은 와인에 비하면 은근 와린이들은 이걸 모르는 경우가 꽤 있으며 칠레나 프랑스와인이 최고라고 외치는 군중들 속에서 "나는 캘리포니아 와인!" 이라 울부짖고 싶은 자라면 꽤나 매력적인 와인이다. 의미 하나만 더 부여하자. 내 블로그 첫 화이트 와인 리뷰는 뭘로 할까 고민했는데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왜? 정말 추천하고 싶은 엄청난 화이트 와인이 바로 생각났기 때문.
이렇게 말하면 뭔가 좀 없어보이나? 자.. 이 와인이 이마트에서 흔하게 보인다고 우습게 보지 말라. 또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화이트 와인이라는데 그 이야기는 가장 보편적이고 저렴한 와인인가? 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바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두 남녀가 가장 사랑한 와인. 바로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Kendall Jackson Vintner's Reserve Chardonnay)다. 근데 그게 누구냐고? 누구긴.
"버락 오바마"와 "레이디 가가"
오바마 아저씨 처럼 스피킹 잘 하고싶다 나도... 아 뭔소리야. 심지어 레이디가가는 이 와인을 공연 때 자신의 대기실에 항상 갖다놓으라는 조건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이제 좀 이 와인이 달라 보이는가. 나는 이 얘기를 나중에 들었는데 사실 기분이 엄청 좋았다. 내 입맛이 저 두 명의 셀럽과 다르지 않구나 라는 다소 멍청한 위안을 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엄청 추천하고 다녔던 부끄러운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라 그래... Anyway, 어렸을적 미국 와인에 대한 나의 편견을 가장 먼저 깨뜨려준 와인이 카멜로드였고 미국 와인을 좋아하게 만든 와인이 바로 이 캔달잭슨이다. 캔달잭슨은 다른 와이너리들이 대규모 자본에 넘어갈 때 끝까지 Family 경영을 고집하는 곤조가 있는 와이너리다. 잠깐 스토리좀 털어보고 가자.
캔달잭슨의 창업주 - Jess Jackson
창업자 제시 잭슨 아저씨는 (Jess Jackson, 여자 아님. 남자임) 원래 부동산쪽 변호사였던 사람인데 어쩌다보니 포도밭을 사게 되었다함. (부럽다) 근데 그 포도를 살 사람이 없어서 자기가 직접 와이너리를 만든(클라쓰 무엇?) 멋쟁인데 그 사람이 각고의 노력 끝에 1983년 만들어 낸 와인이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다. 5대 명품 샤또들같이 유구한 역사를 지니진 않았지만 맛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당시 미국에서는 와인 소비가 양분화 되어있었는데 금수저들이 마시는 수입 고가 와인과 나같은 흙수저들이 마시던 $10 언더 와인. 이 모습이 영 맘에 안들었는지 멋쟁이 잭슨 아저씨는 그 중간대 와인을 직접 만들어서 보란듯이 성공시킨건데 멋지지 않음? 이 아저씨 언젠가 한 번 전 세계 부호 랭킹 400몇위에도 들었던 사람이라 함. 처음에야 힘들었겠지만 이제는 가장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미국스러운 와인을 제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사랑받는 와이너리를 만들었으니. 지금은 잭슨 아저씨 하늘나라에 있고 딸인 줄리아 잭슨이 경영을 맡고 있다고 한다. (전문 경영가인 외부 CEO에게 맡기지 않고 가족이 경영하는 양조장을 Family-Owned Winery 라고 함.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가족이 밭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과일, 채소류 판매업자들이 많다. 가족이 껴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효과도 있어 마케팅에 늘 활용하는 편)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잭슨 아저씨가 1982년 와이너리를 만들고 1983년에 만든 첫 작품이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라고 말했지만 이 엄청난 화이트 와인은 사실 실수로 만들어진 와인이 성공한 사례다. 발효 탱크에 포도를 넣고 숙성시키던 어느날 일부 탱크에서 누군가의 잘못으로 발효가 잘 되지 않았고 그걸 발효가 잘 된 다른 포도와 실수로 섞었는데 당연히 모두가 이 와인은 ㅈ망.. 이라고 했었다. 근데 잭슨 아저씨는 "아니야. 내가 살려볼게 기다려봐." 라는 마인드로 지속적 연구를 거듭하여 최적의 맛을 찾아내 출시한게 대박이 났던 것.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않았을까 싶지만 이미 투입된 원재료 양도 어마어마 했을 것이고 숙성 시간도 많이 흘러 그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엔 창업자로서 힘들었을 것. 다시 한다고 했으면 투자자들이 그걸 허락했겠음? 요식업계에 이런 재미난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 대표적으로 대패삼겹살이 그렇다. 백종원씨가 처음 개발한걸로 알려진 대패 삼겹살의 탄생은, 백주부 아저씨가 고기 써는 기계를 중고 매입했는데 알고보니 햄을 써는 기계여서 고기가 얇게 돌돌돌 말려 나왔고 "이왕 이렇게 된거 그대로 팔아볼까?" 했던게 대패삼겹살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와인 리뷰
종류 : 화이트와인
알콜 : 13.5%
산지 : 미국 (California)
품종 : 샤도네이 (난 샤르도네보다 샤도네이라고 쓰는게 좋더라)
당도 : ■□□□□
산도 : ■■■□□
바디 : ■■■□□
타닌 : ■□□□□
가격 : 35,000~50,000원
일단, 스월링 후 향을 맡아보면 기분좋은 시트러스와 오크향이 남. 색감은 아주 투명하지도 않고 아주 노랗지도 않은 예쁜색깔.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과 달리 항상 위에서 아래를 보고 바닥을 보았을 때 투명한지 아닌지를 먼저 보는게 좋다.
화이트와인은 기본적으로 레드와인과 달리 차갑게 먹는게 좋아서 와인바를 가면 얼음통에 넣어 주는 경우가 많다. 일일이 그걸 준비하기가 귀찮다면 먹기전에 냉장고에 30분정도는 보관했다가 먹어주면 좋다. 이 와인은 정말 좋은게 알콜향이나 지나치게 묵직한 느낌이 없어 호불호가 거의 없을 법하다. 산도가 적절한데 열대 과실향과 오크향이 어우러져 혀에 닿은 채로 입안에서 느끼다보면 정말 이곳이 천국인가 싶을 정도.. 라고 쓰면 너무 오바스럽긴 하다.
타닌감은 확실히 적어 떫은 와인 싫어하는 사람들도 무리없이 마실 수 있으며 달달한 와인은 아니나 과실향이 워낙 다채로워 충분히 마시기 좋다. 어떤 이들은 이 와인을 말할 때 온갖 열대 과일 이름을 쭉 늘어뜨리며 어디서는 망고, 파인애플 향이 나고 어디서는 자몽, 라임, 허브, 오렌지 등등 이야기 하는데 그게 틀리다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런걸 느끼라고 하면 와린이들 운다 울어.
일단, 와인이 재밌는게 처음 맛볼 때랑 시간이 지났을 때랑 또 다르고 온도에 따라서도 느껴지는 향이 확 다르다는 점이다.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도 마찬가지다. 창고에서 처음 꺼내 먹었을 때는 오크향이 좀 더 강한 느낌이었는데 다음날 냉장 보관한 뒤 다시 꺼내먹었을 때는 과일 향이 조금 더 강했던 것 같다.
원래 그럼 안되는데 다음날 냉장고에서 이 아이를 꺼내 마실 때 병나발을 한 번 불어봤다. 너무 맛있어서...
그렇다고 맥주 마시듯 먹었다는건 아니고 급한김에 병을 들고 살짝 맛보았다는 이야기. 비난하진 말아주길.
결론.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화이트 와인.
달달하지 않으나 과실향 풍부, 타닌감도 적으며 누구에게 추천해도 칭찬받을 수 있는 와인.
맛 대비 가격대도 매우 합리적이라 재구매 하고픈 와인.
새마을 구판장 와인코너 사장님 요청으로 가격 오픈은 불가하나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매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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