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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와린이 추천 와인

이스까이 말벡&카베르네 프랑 (Iscay Malbec & Cabernet Franc) - 트라피체의 최상급 와인

by 워윅 2021. 3. 21.

나는 어디 와인 좋아하냐는 물음에 늘 아르헨티나 말벡, 특히 트라피체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한다. 트라피체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중 하나이고 멘도자(Mendoza)라는 생산지역은 말벡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근데 고민이 항상 생기는게 그럼 그중에서도 어떤 와인? 이라고 하면 내적 갈등을 5초 정도 한 뒤에 답한다.

 

"트라피체 떼루아시리즈(Terroir Series) 말벡, 핀카 콜레토(Finca Coletto). 2014빈보다는 2015빈이 나는 더 좋아요. 뽕따로 먹어도 좋구요 브리딩같은거 하지마세요. 그냥 드세요 최고니까."

 

(참고로, 떼루아시리즈는 트라피체와 협약을 맺고 있는 Single Vineyard 300개정도 중에 3곳만 엄선하여 만든 고급 레드와인 시리즈다. 이 3곳이 어디냐면, 그전엔 좀 달랐는데 2011년도 부터는 Finca Coletto, Finca Ambrosia, Finca Orellana이며 아르헨티나 Mendoza지역의 각기 다른 밸리에 위치하여 다른 고도를 가진 곳들이다. 이거 아는 사람 잘 없음 -_-v. 내가 워낙 좋아해서 이걸 외우고 다닌다) 

 

이스까이 포스팅인데 썰이 길어졌네. 근데 왜 내적갈등을 하냐면 오늘 포스팅할 이스까이 말벡때문이다. 이놈의 이스까이... 내 사랑 트라피체 제품들 중 최상위 라인 이스까이...

Iscay Malbec & Cabernet Franc 2017

몇 년 전만하더라도 가격이 이렇지는 않았는데 와인킹님이 하도 극찬을 해서 그런건지 뭔지 모르겠다만 이걸 10만원 넘게 파는곳도 있더라. 뭐? 15만원??? 이걸??? 누가 들으면 보르도 와인인줄 알겠음. 절대 그 가격에 사지는 말자.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은 5-6만원이다. 보통 7만원에 파는곳들이 꽤 많은데 그것도 과해. 이걸 평가 절하하는게 아니라 정말 맛있는 와인인데 최근에 거품이 너무 껴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찾는 사람이 많아서 품절되고 없는 곳들도 있다고 하니까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결론은 난 이스까이를 매우 좋아한다. 다만 적정 가격에 구입하길 바라는 마음임.

 

이스까이 = 2

이스까이는 병모양이 다른 두 가지 제품이 있다. 위 사진에 나오는 얇고 길쭉한 말벡&카베르네 프랑이 있고 부르고뉴 와인병처럼 생긴 건 시라&비오니에. 난 전자를 더 좋아함. 이스까이는 잉카어로 "둘" 이라는 뜻인데 말벡 70%, 카베르네 프랑 30%로 만드는 레드 와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비지니스 하는 분들이 양사간의 협약, 화합, 협력을 이 와인을 선물해주며 의미 부여하는 모양이다. (호주의 투핸즈라는 와인도 그런 의미로는 좋은 와인이다)

이스까이의 사전적 의미답게 두 명의 이름과 서명이 들어가있다. Marcelo Belmonte는 농업 엔지니어 아저씨고 Daniel Pi는 트라피체의 수석 와인메이커다. (Viticultor가 포도재배자, Enologo는 포도 양조연구가라고 사전에는 나와있음)

어쩌면 트라피체가 내세우는게 자연과 첨단과학의 융합 뭐 이런 의미까지 거창하게 부여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케팅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니까. 

 

말벡과 카베르네 프랑

첫째. 말벡(Malbec)은 와린이 수준을 조금만 넘어도 친숙한 포도 품종이다. 사실 요즘은 아르헨티나=말벡이 공식처럼 되어있지만 이 포도의 Native는 프랑스 지역이다. 특히 보르도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였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거의 재배되지 않고 다른 메인 품종에 첨가해주는 정도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말벡이 쇠퇴한건 수십년전에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큰 서리가 와서 말벡 나무가 대부분 얼어 죽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그와 달리 남미지역, 특히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떼루아에서 말벡은 매우 잘 자라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멘도자(Mendoza)지역은 말벡 재배로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말벡이 보통 진하고 강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좋은 떼루아에서 자란 말벡은 강하지만 은은하게 달콤한 맛이 가미되어 있어서 나같은 애호가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혹자들은 이걸 말벡 고유의 특성이 아니라 와인에 다른 첨가물을 넣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깎아 내리는 사람도 있다만 나는 그 의견에 반대.

 

둘째.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이 와린이들에게 생소한 이유는 딱 하나다. 이걸 단일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고 대부분 시라, 메를로, 말벡과 함께 넣는 조연역할을 하기 때문. 대부분 까쇼라 불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더 친숙함. 근데 웃긴건 카베르네 프랑은 카베르네 소비뇽의 선조격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을 혼합하여 만든 품종이라는거. (이런거 어디가서 아는 척 ㄱㄱ) 어떤 와인 애호가는 이 카베르네 프랑의 묘한 풍미를 굉장히 극찬하며 내게 프랑스 루아르지방의 걸작, 카베르네 프랑 단일품종 고급 와인인 시농(Chinon)을 권하기도 했다. 시음한 뒤 나중에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음.

 

와인 리뷰

종류 : 레드와인

알콜 : 14.5%

산지 : 아르헨티나(Mendoza)

품종 : 말벡 70%, 카베르네 프랑 30%

당도 : 

산도 : 

바디 : 

타닌 : 

가격 : 5~10만원대(판매처마다 다름), 위에서 언급했지만 적정가격은 5~6만원이라고 생각함.

Trapiche라는 워딩은 항상 날 설레게 한다.

일단 간단하게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음. 보통 이 와인을 몇 시간씩 브리딩해서 마시라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후자인 쪽이다. 이게 너무 단단하고 세다는 이유다. 난 30만원 이하의 와인들을 디캔팅하고 브리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왜 이스까이를 꼭 그러라고 하는지 이유는 이해가 간다. 뽕 따서 뭐 없이 바로 마시면 살짝 센가?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음. 나야 이런 풍미를 워낙 좋아해서 상관은 없다만 사실 일반적인 중저가 와인대비 살짝 무거운 감은 있다. 하지만!!! 트라피체의 걸작은 괜히 걸작이 아니다. 나는 번거로운 브리딩 대신에 이스까이의 경우엔 잔에 따라 스월링을 두 배 정도 하는 편이다. (그냥 이 정도 하면 돼.. 무슨 디캔팅으로 허세같은거 굳이 안해도 돼. 이런걸로 그렇게 난리 떨면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들이 보면 비웃어....)

 

이스까이는 역시 진한 색감을 가지고 있다.

이걸 같이 마신 사람은 이스까이를 처음 접한 사람이었는데 스월링 하지 말고 먹어보고, 한 10초간 열심히 흔든 뒤 마셔보라고 했더니 예상된 반응이 나왔다. "처음껀 텁텁하고 살짝 거센 느낌이었는데 확실히 이래서 스월링 하는구나!"

와인을 공기와 접촉 시키는 행위(스월링)는 절대 허세가 아니다. 반드시 필요한 행위고 이스까이 같은 와인들은 확연하게 맛과 향이 달라진다. 뭐 자신들만의 자유 의지이기는 한데, 이 와인을 꼭 무슨 법률처럼 2시간, 4시간, 반나절 병 브리딩 하고 마실 필요는 없다는걸 꼭 이번 포스팅에서 알려주고 싶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스터 소믈리에들도 병 브리딩의 효과 자체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게 그 증거다.

 

Anyway, 이스까이에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점은 아주살짝 담뱃잎향의 Spicy한 풍미가 느껴지는데 그건 Malbec보다는 Cabernet Franc 덕분일 것이다. 그렇다고 청양고추의 Spicy함 정도는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길. 탄닌감도 매우 오래가며 바디감은 당연히 묵직하다. 음식은 두말할 것 없이 Beef ! 이지만 오늘은 특이하게 흑돼지 프랜치랙을 곁들여 보았다.

단골 정육점에서 파는 돼지 프랜치랙

양갈비 프랜치랙과는 당연히 다른 풍미. 돼지의 목살, 등심 등 다양한 부위가 섞인 부윈데 보통은 정형을 저렇게 하지 않아서 낯선 부위이기도 하다. 결과는 만족! 물론 내가 잘 구워서.. -__-

 

사진 올리니까 다시 배고파...

여러 와인을 마시고 있지만 나에겐 아르헨티나 트라피체가 만드는 와인이 가장 좋은듯 하다. 가성비도 좋고 가계에 큰 타격을 주는 비싼 와인도 아니기 때문. 혹시 살짝 순한 맛 이스까이를 원하는 분은 위에서 언급한 이스까이 시라&비오니에를 추천함. 음식 페어링도 그 와인이 살짝 더 폭넓을 수 있으니 참고. 

 

어제는 내 최애 와인 트라피체 싱글빈야드 말벡 핀카 콜레토 2014빈을 다 비우고 잤더니 오늘은 와인을 좀 쉬어야겠음. 대신 맥주 한 캔만 먹고 자야겠음 ㄲㄲ. 하.. 정말 하루가 다르게 아재가 되어가는구나...

이상 이스까이 말벡&카베르네 프랑 포스팅이었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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