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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알아두면 유용한 와인 상식

프랑스 와인, 이것만 알면 당신도 전문가 #2 - 보르도 & 부르고뉴 비교

by 워윅 2021. 1. 9.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프랑스 와인 특집 2편. 이번엔 보르도와인과 비교해본 부르고뉴 와인이다.

 

1편에서는 프랑스와인이 유명한 이유와 보르도 와인 5대 샤또에 대해 알아봄. 궁금한 사람들은 아래 링크 참조하길. 

2021/01/08 - [와인 이야기/알아두면 유용한 와인 상식] - 프랑스 와인, 이것만 알면 당신도 전문가 #1 - 보르도 와인과 5대샤또

 

프랑스 와인, 이것만 알면 당신도 전문가 #1 - 보르도 와인과 5대샤또

오늘은 특별한 포스팅을 해보고자 함. 흔히들 와인에 대해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나라가 과연 어디일까? 당연히 프랑스다. 가장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이며 수많은 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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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을 설명할때는 항상 보르도 와인과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이 좋다. 아 그리고 부르고뉴 와인과 버건디 와인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_-.. 아니야.. 제발 그러지마. 호나우두랑 호날두가 다르다고 말하는거랑 똑같은거임. 불어로 부르고뉴(Bourgogne), 영어로 버건디(Burgundy), 독일어로 부르군트(Burgund)라고 하니까 망신당하지 말자.


1. Bottle & Glass

얘네 둘은 일단 와인잔과 와인병 스타일부터 다름.

보르도와 부르고뉴는 와인병고 와인잔 스타일 모두 다르다.

와인 애호가라면 와인 병모양이 나라별 산지별 제각각인 것을 알 것이다. 근데 왜 다른거냐고? 다 이유가 있다. 와인병 모양은 아주 크게 '보르도 타입'과 '부르고뉴 타입'으로 나뉜다. 보르도 타입의 와인병을 보면 각진 어깨가 항상 특징이다. 타닌이 많이 함유된 숙성형이라 앙금이 많이 생기는데, 와인을 따를 때 글라스에 이 앙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게 하려면 어깨선에 찌꺼기가 쌓이도록 각진 모양이어야 효율적임. 

 

반면, 부르고뉴 타입의 와인병은 경우 보르도에 비해 찌꺼기가 적기 때문에 와인병의 어깨선이 축~ 처진 모양새를 띄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예로부터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지하실에 와인을 저장할 때 공간 효율성을 고려해서 교차로 보관을 했어야 하는데 그 때문에도 이렇게 병을 만들었어야 할 것이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보르도의 와이너리들은 호화롭고 웅장한데 부르고뉴 와이너리는 작고 소박했음. 지하 와인보관 창고가 크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신이 와알못이라면 지금까지 마트에서 별 생각 없이 와인병을 보았을텐데 꽤 심오한 이유가 있어서 놀랐을 것이다. (단, 지난번 포스팅한 보르도 5대 샤또중 샤또 오브리옹의 경우에만 부르고뉴에 가까운 처진 어깨선의 독자적인 형태의 병을 사용하니까 참고) 


2. 보르도 와인의 등급

보르도와인의 등급은 이전 포스팅에서 1등급부터 5등급까지의 나눠 놓은 메도크 등급을 설명했고 이중 1등급을 받은 샤또 61개중 가장 유명한 5대 샤또에 대해 알아 보았다. 참고로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만 8,000개가 넘는 샤또들이 있다. (규모 뭐야.. 실화??) 보르도지역의 소테른이나 다른 지방의 등급도 있기는 한데 메도크 지역의 와인이 가장 유명하므로 그것만을 언급했다. 사실 보르도의 다른지역까지 설명하면 등급의 혼란만 가중될 뿐.. 블로그마다 말하는것도 제각각이고 잘못된 정보도 많았다. 난 그래서 이렇게 정리하고자함.

 

 - 가장 유명한 보르도 지역을 알아봄.

 - 보르도엔 8,000개나 넘는 샤또가 있고 이를 1~5등급으로 나눔. (1855년 파리박람회)

 - 이중에서 메도크지역은 1등급 샤또로 61개가 선정되었고 이걸 그랑크뤼(Grand Cru)라고 함.

 - 이 61개의 그랑크뤼 샤또들은 다시 1~5등급으로 나뉘는데 이중 1등급은 5개 → 이걸 5대 샤또라고 함.

   이 1등급 그랑크뤼를 별도로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쎄(Premiers Grand Cru Classe) 라고함.

 - 보르도 와인에 그랑크뤼가 라벨이 붙어 있으면 기본적으로 해당 와인의 규모, 품질을 보증한다고 보면 됨.

 


3. 부르고뉴 와인의 등급

보르도가 프랑스 서쪽이라면 부르고뉴는 동쪽이라고 보면 된다. 근데 프랑스라는 같은 국가에서 와인을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두 동네는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유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때문인데, 이 사건으로 귀족들은 자기들이 갖고있던 포도밭까지 빼앗기게 된다. 다만, 보르도지역에서는 귀족이나 셀럽들이 다시 이 밭들을 사들여 대규모의 웅장한 샤또를 지었던 반면, 부르고뉴 지방에선 교회, 수도원이 소유하던 포도밭 대부분을 쪼개서 농민들에게 나눠줌. 잘게 잘게 구획이 나누어져 있어 대량 생산이 힘들었고 대형 양조장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런 특성이 오늘날까지 어느정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면 됨. 실제 현재 유명한 샤또들을 봐도 보르도쪽은 겁나 크고 부르고뉴쪽은 되게 아담해...

샤또 등급도 없어... 밭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을 뿐이야. 

심플한 부르고뉴 토지 등급 분류

 - 그랑크뤼(특등급 밭)

부르고뉴 전체 와인 생산의 1% 뿐이다. 여기서 나오는 와인이 그 유명한 로마네 꽁띠(Romanée Conti)와 몽라셰(Montrachet)다.

로마네꽁띠는 포도밭 이름이면서 제조자의 이름이다. 여기서 만든 와인에는 「Appellation Romanée-Conti contrôlée」 라고 표기한다.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예전에 마리텔이라는 예능 프로에 가수 이승철씨가 들고 나와 자랑하던 와인이기도 하다. 충분히 자랑할만한 와인이 맞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꼽으라면 대부분 이 로마네꽁띠를 꼽는다.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6억6천9백만원에 로마네꽁띠 1945년 빈티지가 낙찰되어 종전 기록을 싹 갈아치웠다. 물론 빈티지에 따라 가격은 수천만원씩 차이가 난다. 그리고 부르고뉴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DRC 정도는 알고 있자. 도멘 드 라 로마네꽁띠(Domaine de la Romanée Conti). DRC사가 생산하는 이 와인은 보르도 와인 이름이 "샤또" 로 시작하는것과 대비가 된다. 대개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도멘" 으로 시작하는 이름이 많다. 이 와인에 대해서만 여러장의 포스팅이 가능할 정도로 풀어나갈 이야기가 많다. 여기까지만 하겠음.

Romanée Conti

 


4. 블렌딩의 차이

병모양, 와인잔, 등급 이외에도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블렌딩 여부이다.

보르도에서는 레드 화이트 모두 블렌딩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인정된다. 

 - 레드 :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말벡, 프티 베르도

 - 화이트 : 소비뇽 블랑, 세미용, 뮈스카델

위와 같은 포도 품종을 블렌딩 할 수 있다는 뜻. 또한 보르도의 샤또는 엄청 크다고 말했듯, 포도밭이 여러개가 있을 수 있다. 여러 밭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해 작황에 따라 좋은 품종의 포도를 각기 다른 방법으로 블렌딩 하여 독특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 5대 샤또중 하나인 라피트 로쉴드는 단일 품종으로 만들지 않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를 각기 다른 배합으로 만들어 낸다. 정확한 레시피로 만드는게 아니라는 것! 다양한 포도를 블렌딩하여 조화로운 맛을 창조해 내는 것이 보르도 와인이다.

 

반면, 부르고뉴에서는 블렌딩이 절대 인정되지 않는다. 포도 품종도 제한적인데 부르고뉴 레드와인 대부분은 피노누아, 화이트와인 대부분은 샤르도네로 만들어진다. 부르고뉴는 왜 이렇게 깐깐하게 구는걸까? 이유가 뭔데? 다.. 이유가 있다. 각 토지의 특성을 와인에 녹여내려고 노력한 결과가 이러한 것임.

 - 다 같은 흙같다고 할 수 있지만 토지의 성분에 따라 양분, 광물이 아주 다름. 

 - 토지의 경사면에 따라 일조량이 달라지는데 이는 그 해의 포도 작황에 큰 영향을 줌.

이러한 환경이 가장 뛰어난 곳이 바로 로마네 꽁띠의 밭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제일 비싸겠지) 와인이 만들어지는 모든 환경을 뜻하는 말이 떼루아(Terroir)다. 아무튼 이렇게 엄격한 룰을 따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부르고뉴 와인은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굉장히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부르고뉴 와인에 빠지면 가산을 탕진한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 바쁘고 바쁜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당신을 위해 표 하나로 정리해 봄.

구분

보르도(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

병 모양

각진 어깨선

처진 어깨선

잔 모양

볼(Bowl)이 깊음

짤막하고 뚱뚱한 모양

이름

샤또(Chateau)로 시작하는게 많음

도멘(Domaine)으로 시작할 때가 많음

양조장

호화스럽고 웅장함, 포도밭도 겁나 큼

작고 소박함, 포도밭도 잘게 쪼개져 작음

와인 등급

체계적으로 나뉘어있고 매우 복잡한 편

토지의 4등급만 존재하며 심플.

생산량

많은 편

적은 편

주요 와인

① 메도크 지역 : 라피트, 라투르, 마고, 무통
② 그라브 지역 : 오브리옹
③ 소테른 지역 : 디켐
④ 생떼밀리옹 지역 : 슈발블랑, 오존
⑤ 포므롤 지역 : 페트뤼스, 르팽

① 코트 드 뉘 지역(中 본로마네 마을)
   : 로마네 꽁띠, 라 타쉬, 리쉬부르, 크로 파랑투
② 코트 드 본 지역
   : 몽라셰, 코르통 샤를마뉴, 오스피스  드 본 
③ 보졸레 지역 : 보졸레 누보

당연히 전부 다 열거하려면 한 페이지를 와인 이름으로 다 채워도 모자란다. 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의 개략적인 차이와 주요 와인에 대해 어느정도만 이해해 보고싶다 라고 하면 위 포스팅 내용과 마지막 요약 표를 참조하면 좋을 것임. 다만, 요즘 보르도와인의 가격이 너무 천정부지로 올랐다.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와인들 조차 '보르도'라는 브랜드 하나로 너무 오른 감이 없지 않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와인이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저품질에 비싼 보르도 출신(?)와인들이 꽤 많다는 현실이 좀 안타까울 뿐이다. 당신이 프랑스 와인중에서도 보르도 와인을 사려면 특정 샤또의 특정 빈티지까지 제대로 알고 특정 제품을 사는것을 추천한다. 

 

이 포스팅은 부르고뉴 와인에 대해서 쓰려다보니 자연스레 보르도와인과 비교하는 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어떤 서적이나 자료를 보아도 부르고뉴와 보르도는 늘 비교할 수밖에 없는 지역임엔 분명하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난 이만 야식 먹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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